음경의 진화

 

음경의 진화

 

 동물 분류학자들은 다른 방법으로는 구별이 잘 안 되는 종들을 구별하는데, 동물군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음경의 모양과 크기를 종의 분류에 이용한다. 특히 무척추동물들에서 생식 기관의 차이점이 매우 가까운 유연관계에 있는 종들을 구별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분류학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 의문점은 음경 구조가 이렇게 다양하게 진화되어 온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음경의 다양성은 어떤 면에서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상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지만, 이것만으로 음경의 다양성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여러 동물에서 음경은 일반적인 용도로만 쓰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유사한 종들 사이에서 보이는 음경의 크기와 구조상의 차이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 만약 음경의 일차적인 목적이 수컷에서 암컷으로 정액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음경의 구조가 그렇게 다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수정을 위한 수컷 사이의 경쟁과 암컷의 선택이라는 두 가지의 중요한 힘이 수컷의 삽입 기관의 모양을 결정짓는 것으로 보인다. 정자 경쟁은 수컷에게 가능한 한 수정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장소로 그들의 정액이 들어가도록 강한 압력을 가했을 것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조건들이 똑같을 때는 음경이 길수록 수컷의 자신의 정액을 암컷의 난자에 더 가깝게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자 경쟁이 격렬할수록 자신의 정액을 난자에 더 근접시킬 수 있는 수컷이 경재에서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밖의 다른 모든 조건이 동등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암컷의 경우 자신의 생식관 안으로 깊이 들어온 정액이 자신에게 항상 이로운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컷은 단지 그들이 수정시킬 수 있는 난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가에 관심을 보인다. 반대로 암컷은 누가 그들의 난자를 수정시키는가에 관심을 보인다. 이것은 성적 투쟁을 불러왔으며, 암컷이 수정 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강한 진화적 압력이 가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컷의 삽입 기관과 암컷의 생식관이 서로 함께 진화했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즉 두 기관은 공진화한 것이다.

 보다 긴 음경을 갖도록 수컷에 대한 선택 작용은 보다 긴 생식관을 갖도록 암컷에 선택압을 가했을 것이다. 이러한 성적 투쟁은 번식기 때 영장류 암컷에서 나타나는 성기의 부풀어오름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이 될 수 있다. 암컷 외부 생식기가 그렇게 크고, 도톰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한 가지 가설은 이것이 암컷 생식관의 길이를 증가시킴으로써 암컷에게 약간의 통제권을 되돌려 준다는 것이다.

 포유동물에서 음경의 모양과 길이, 그리고 구조의 다양성은 암컷의 체내에 정자가 머무는 장소를 먼저 차지하기 위한 또 다른 성적 투쟁으로 그 요인을 설명한다. 한 가지 극단적인 예를 돼지에서 볼 수 있다. 맷돼지는 혼음을 하기 때문에 정자 경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돼지의 음경은 이례적으로 길며 특이하게 끝이 나사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나선형의 자궁 경부 안쪽을 파고 들어가 고정시킴으로써 수컷이 직접 정액을 자궁 안쪽으로 넣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같은 돼지의 음경은 아마도 정자 경쟁과 관련되어 진화되어 온 생식기의 해부학적인 구조의 몇 가지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특징들을 살펴보면 비교적 정소가 크고, 부정소에 정자를 저장하며, 아주 많은 수의 정자와 많은 양의 정액을 사출 하는 것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여러 동물들의 생식기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수컷의 음경과 암컷 생식관의 크기는 매우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 것은 수컷과 암컷 생식 기관의 구조가 함께 진화했다는 생각과 일치한다.

 코스타리카대학교의 에버하드 교수는 음경 구조에 대한 두 가지 가능한 설명으로 수컷의 정자 경쟁과 암컷의 선택권을 설명하였는데, 사람들은 이 주장을 이전의 그 어떤 주장보다도 가장 흥미로운 것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에버하드는 자신의 주장을 '성선택과 동물의 생식기'라는 제목의 책을 통하여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암컷의 선택권 가설을 통하여 동물의 생식기 구조는 서로 다른 종간의 생식을 막기 위해 다르게 진화한 것이라는 종래의 '자물쇠와 열쇠 가설'을 논박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수컷의 경우 종 특이적인 생식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암컷은 일반화된 생식기 구조를 가지고 있어 다른 종의 수컷을 배척할 능력이 전혀 없는 많은 사례를 포함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여 자물쇠와 열쇠 가설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에버하드의 새로운 관점은 음경이 교미 과정에서 암컷을 자극하기 위해서 정교하게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교미 시 암컷은 수컷의 이러한 내적인 구애의 질을 평가하여 그 수컷의 정자를 자신의 난자를 수정시키는 데 이용하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컷은 수컷의 행위를 토대로 수컷들 사이의 차이를 판별하여 어떤 수컷의 정자를 수정에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은밀한 선택권을 발휘한다. 분명한 것은 이렇나 과정에는 어떠한 의식적인 결정도 수반되지 않고 단순히 특정한 자극의 강도 때문에 암컷은 수컷의 정자를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음경 형태의 다양성이 공작 꼬리의 진화와 매우 동일한 방법으로 성적 선택의 과정을 거쳐 진화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컷은 교미 과정에서 가장 강렬한 자극을 주는 수컷에 의해 임신이 되고 싶어 한다. 그 결과보다 정교한 음경의 구조가 진화되었으며, 이것은 다시 역으로 암컷을 더욱더 음경을 차별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더욱더 정교한 음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했을 것이다.

 원숭이와 유인원을 비교 연구한 결과는 에버하드의 생각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 준다. 영장류의 음경을 살펴보면 크기, 음경골이 있는지 여부, 가시 모양의 돌기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음경 끝 부분의 정교성 등 몇 가지 측면에서 그 구조가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암컷의 발정 주기 동안에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미하는 종은 혼음을 적게 하는 종 보다 훨씬 더 정교한 음경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이보다 훨씬 더 납득할 만한 증거를 스웨덴의 우메아대학교의 안크비스트가 곤충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통하여 얻게 되었다. 안크비스트가 지적한 것처럼 자물쇠와 열쇠 가설과 성적 선택 가설로 음경 구조의 진화를 설명하면 서로 상반된 예측을 할 수밖에 없다. 즉 단 한 마리의 짝과 교미를 하는 종의 암컷에게는 그와 똑같은 종과 교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자물쇠와 열쇠 가설에 따르면 1부 1처 종에서 더 큰 생식기의 다양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반면, 에버하드의 성선택 가설에 따르면 1처 다부 종에서 더 큰 생식기의 다양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안크비스트는 1부 1처와 1처 다부제의 곤충의 과들과 속들을 대상으로 생식기 이외의 특징들과 수컷 생식기의 복잡성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생식기 이외의 특징들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생식기의 복잡성은 거의 예외 없이 큰 차이가 있었다. 즉 1처 다부제인 수컷의 생식기가 1부 1 처제인 생식기보다 더 복잡하였다. 따라서 음경의 다양성은 서로 다른 종 사이의 교미를 피하기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자물쇠와 열쇠 가설)가 아닌 성선택의 결과에 의해서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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