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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정자의 발견

 

 난자와 정자는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적을 만들지만 종종 사고를 친다. 지금은 새로운 개체를 생산하기 위해서 정자와 난자가 서로 합쳐져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취급하지만, 이러한 발견이 이루어지기까지 수란관만큼이나 길고 구불구불한 역사의 길을 거쳐야 했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생식 세포의 작은 크기, 거의 단계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이어져 일어나는 정자의 주입, 수정과 출생 과정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발견은 상당히 뜻밖의 일로 여겨진다. 그리고 생식에 기여하는 암컷과 수컷의 역할에 대한 이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졌는데, 이 또한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과거 호머가 살았던 그리스 시대에는 암컷이 생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겼으며, 공기 중에서 운반되는 아주 작은 소동물이 암컷의 몸 안에 어떤 방법으로든지 들어가 임신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는 생식에서 수컷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았으며, 남성의 종의 연속성을 위한 임무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부계라는 개념도 없었다. 자연을 어머니로 의인화하여 부르는 말도 여신이 생식에서 전권을 휘두르고 여성이 생식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던 시대에서 유래하였다. 부활절을 이스터라고 부르게 된 데도 비슷한 맥락의 이교도적 배경이 있다. 이스터는 여신 에스트루스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다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활절 달걀을 가지고 축제 의식을 치른다.

 자연에서 자궁의 역할을 담당하는 대지에 씨앗을 심는 것과 여성이 정액을 받아 수태하는 것 사이의 유사성이 분명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남성이 생식에서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추정하였다. 정액의 주입이 생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라는 것은 그리스 신화의 파시파에와 그의 남편 미노스 이야기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남편의 계속된 부정에 넌더리가 난 피사파에는 미노스가 사정할 때 독을 가진 뱀과 전갈과 지네 떼가 나오게 하여 여인의 내장을 갉아먹도록 저주를 하였다.

 1599년 출판된 '조류학'에서 이탈리아의 동물학자 알드로반디는 닭의 호색적인 일면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교미의 횟수가 적고 한 배우자에 만족하는 독수리나 참새와는 대조적으로 닭은 하루에도 50여 차례나 여러 암탉들과 교미를 한다. 알드로반디는 또한 수탉은 먹이를 획득하거나 자손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암컷을 독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한다고 말했다. "수탉은 자신의 암탉을 다른 닭이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싸움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지킨다"는 것이다. 알드로반디는 수컷이 이처럼 호색적인 행동을 하는 원인으로 특별히 많은 양의 정액을 생산한다는 점을 들었다. 수컷은 정액 생산으로 인한 흥분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호색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인 아콰펜던트는 암탉의 난소에서 난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냈지만, 새의 난소와 여성의 난소는 외양이 너무나 달라서 인간에게 이 개념을 적용시키지는 못했다. 아콰펜던트는 혈액 순환의 원리를 발견하여 명성을 얻은 하비의 사부로서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생식에 관한 많은 점에 있어 의견을 달리하였다. 아콰펜던트는 암탉이 사정한 정자를 수개월에 걸친 산란기 동안 저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하비는 정자가 생존하는 최대 기간은 30일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제시했다. 아콰펜던트는 정액이 난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생식이 일어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비는 정액이 난자 안으로 침투해 들어감으로써 배 발생이 시작된다고 확신했지만, 현미경이 없어 이렇나 점을 입증할 수는 없었다.

 레벤후크가 정자를 일컫는 정충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어쩌면 그의 제자인 햄의 이야기일 가능성도 있다. 어쨋거나 레벤후크는 300배로 확대할 수 있는 정액을 관찰한 결과, 그 안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는 수백만 개의 정자를 관찰하였다고 영국왕립학회에 보고하였다. 그가 왕립학회에 보낸 편지에는 어색해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연구한 것은 오직 아내와 성교 후 남은 것을 가지고 관찰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저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점은 없습니다. 만일 귀하께서 이러한 관찰이 역겹다거나 학계에 스캔들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긴다면, 저는 그것을 사적인 것으로 여겨달라고 간청드립니다. 그리고 귀하께서 판단하심에 따라 출판하거나 폐기하도록 부탁드립니다." 운이 좋게도 당시의 왕립학회는 정액 속에서 헤엄치는 현미경적 크기의 작은 피조물이 난자 안에 들어가 수정이 이루어진다는 레벤후크의 발견을 출판하기에 적절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논란거리가 되었고, 왕립학회 회원인 그의 동료 중 일부는 레벤후크가 본 것을 모두 기생충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 레벤후크는 치아 표면을 긁어낸 부스러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작은 크기의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함을 보고하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아 과학자이면서 성직자였던 스팔란짜니는 임신에서 정충이 주요 역할을 한다는 레벤후크의 가설을 지지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였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교회가 성과 관련된 논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상황인데, 생식에서 정자가 갖는 역할을 알아내려는 스팔란짜니의 노력을 그 당시의 교회가 도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팔란짜니는 주로 개구리를 가지고 연구했는데, 개구리의 생식 행동에 대해서는 네덜란드의 생물학자인 스와머담이 쓴 '자연의 책'에서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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