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는 한 개체 내에서도 많은 변이를 보인다. 북아메리카 초파리는 긴 정자와 짧은 정자의 두 종류의 정자를 생산하나 오직 긴 정자만이 수정에 참여한다. 짧은 정자는 핵을 비롯하여 수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수정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짧은 정자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1905년 동물학자들이 나비에서 핵이 없어 수정이 불가능한 무핵정자가 사정되는 사실을 관찰한 이래로 비슷한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어떤 종에서는 이렇나 수정이 불가능한 핵이 없는 정자가 전체 사정되는 정자의 90% 이상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수정이 불가능한 정자도 생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가능한 첫 번째 아이디어는 그들이 핵이 있는 정자를 도와서 정소로부터 수정이 일어나는 지점까지 동반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들이 아마도 핵이 있는 정자나 혹은 암컷이나, 수정된 접합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나 가설에 대한 증거는 없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핵이 없는 정자들이 정자 경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핵이 없는 정자는 이전에 주입되어 체내에 남아 있는 다른 정자의 효율성을 감소시키거나 혹은 비교적 경제적인 방법으로 충분한 양의 사정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암컷이 정자를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느끼게 하여 다른 수컷과 교미하려는 욕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나방의 연구에서 사정되는 정자 240,000개 중 95%가 핵이 없는 정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암컷의 정자 젖아소에 계속 남아 있는 핵이 없는 정자는 암컷이 다시 교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결과는 핵이 없는 정자가 단순히 암컷의 정자에 대한 욕심을 채우는 역할을 하여, 암컷이 실제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정자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게 해 다른 개체와 교미를 막는다는 '헛충족 가설'에 적절한 증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주입된 100만 개의 정자 중 단 하나만이 수정에 필요하다는 사실이 18세기에 처음으로 제시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연의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자연선택의 효율상 단 하나 혹은 소수의 정자만 사정하여 수정을 수행케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진화학자들은 정자 낭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정자 낭비가 실질적인 낭비라면 수정에 필요한 이상의 많은 정자를 주입하는 개체는 자연선택에 도태되었으리라는 당위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필요 이상의 정자를 주입하는 것이 진화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일까? 정자 경쟁에 있어서 파커가 제공한 대답은 한 암컷과 한 마리 이상의 수컷이 교미할 때 주입되는 정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정에 있어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장에서 정자 경쟁이 심한 종에서는 큰 정소가 많은 정자를 생산하기 때문에 정소가 크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난자에 제공되는 정자의 비율은 종에 따라 매우 다르다. 곤충의 어떤 종에서는 한 난자에 100개 미만의 정자가 제공된ㄴ데 반해, 다른 극단적인 예로 사람은 수백만 개의 정자가 한 난자에 제공된다. 1960년대 파커에 의해 정자 경쟁에 대한 이론이 자리잡기 전에 코헨은 왜 수컷은 많은 정자를 사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생각하였다. 코헨은 정자 낭비가 정자 형성 과정의 불완전성으로부터 오는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비록 정자가 비교적 적은 투자로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완벽한 정자를 만들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정자에서 모든 DNA가 잘 응축되고, 또한 정자의 머리에 잘 저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불량품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정자의 형성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피요보다 많은 수의 정자를 만들도록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코헨은 그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정자의 과생산 정도와 감수분열 중인 염색체에서 발견되는 교차의 정도 사이에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종에 따라 정자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교차율이 다르다. 꿀벌이나 노랑초파리에서는 교차가 전혀 일어나지 않지만, 염소에서는 50번 정도가 나타난다. 한 번의 교차가 일어날 때 교차의 오류로 인해 50% 정도가 잘못되어 불량한 정자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50번의 교차가 일어나는 인간의 경우 잘못된 정자를 생산할 확률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