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를 저장하는 이유

어떤 곤충 암컷들은 지난해 저장한 정자를 이용해 수정을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오랜 기간 동안 정자를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는 정말 신기하다. 암컷이 정자를 저장하는 구조는 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어떤 종류는 마치 구두쇠가 돈을 침대 밑에 옷장 안에, 부텈 선반 같은 여러 장소에 조금씩 감추듯이 저장한다. 새들은 이렇게 해서 여러 군데 정자 저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새들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파충류도 마찬가지고 공룡도 아마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른 동물들은 은행 금고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정자를 한 군 데 저장한다. 이것은 곤충에서 정자를 저장해 놓고 수란관에 있는 난자로 정자를 조금씩 내보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어떤 종에서 정자 저장 장소가 한 군데인지 여러 군데인지는 난자를 수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정자가 필요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와 파충류는 난자가 크고 수정 가능 부위가 좁기 때문에 정자가 매우 많이 필요하므로 여러 개의 작은 저정관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곤충에서는 정자가 난자로 들어가는 작은 구멍인 알문이 있어 정자를 이 부위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몇 개의 정자면 충분하다.

 정자 저장 기능에 있어서 포유동물은 낙제 점수이다. 포유류의 정자는 암컷의 난관에 극히 짧은 기간 동안만 살아 있는데 생존 기간은 약 48시간 정도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이 피임을 위해 생체 리듬법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에서 그 동안 보고된 믿을 만한 정보로는 정자 저장 시간이 최고 5일이다. 대게의 포유 동물에서는 다른 동무로가 달리 특별한 저장 구조가 없고 몇몇 종에서는 자궁 경부와 자궁-난관 사이 부분에 정자가 모여 있다가 하루나 이틀 동안 서서히 방출되는 경우가 있다.

 박쥐는 예외이다. 박쥐 암컷은 여러 달 동안 정자를 살아 있는 상태로 보존할 수 있는데 특별한 저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박쥐의 정자는 교미시 암컷의 생식기 난관에 채워지고 수정 때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보존된다. 박쥐가 정자를 오래 보존하는 것에 대한 설명은 이것이 시간 절약의 장치라는 것이다. 세계의 온대 지방에 사는 박쥐는 동면을 한다. 따라서 동면하는 시간만큼 발정 주기도 짧아져야 한다. 대부분의 박쥐들은 동면에 들어가기 전 가을에 교미를 한다. 그러면 암컷은 겨울 동안 정자를 저장하였다가 이른 봄에 난자를 수정시켜 초여름에 새끼가 태어나게 된다. 흥미롭게도 박쥐 수컷은 때때로 암컷이 정자를 저장하는 겨울 중간에 깨어나 잠자고 있던 활기 없는 암컷과 교미를 하기도 한다. 드문 경우이지만 대개 이란성 쌍둥이의 약 15%가 부계가 다르다. 암컷 자궁에 저장된 정자를 분자생물학적으로 분석하여 정자를 제공한 수컷의 수를 계산해 보면 친형제는 40%를 넘지 않는다. 그렇지만 쌍둥이의 85%가 친형제라는 사실은 한 수컷의 정자가 다른 수컷의 것보다 더 능력이 뛰어나거나, 암컷이 오래 저장한 정자들은 다른 정자보다 사용할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하나의 세ㅗ인 정자가 에너지를 거의 저장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 암컷의 난관에 수컷의 정자가 오래 저장되는 것은 정자 자신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암컷에 의해 어떤 방법으로든 영양분을 공급받거나 또는 수컷과 암컷 둘 다에 의한 영향일 수도 있다. 박쥐와 같은 동물에서 저장된 정자들은 암컷의 난관을 덮고 있는 상피 세포에 붙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이렇게 해서 암컷으로부터 필요한 물질을 얻는 것이다. 조류의 경우 저장관이 액체로 채워져 있어서 정자를 위해 영양분을 공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오랜 기간 동안 정자를 저장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왜 정자를 저장할까?

 

 정자 저장의 주요한 결과는 그것이 세 가지 주요 생식과정인 교미, 수정, 그리고 출산이 연관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어떤 종이 언제나 교미 24시간 후에 수정이 일어나고 수정 9달 후에 출산이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세 가지 생식 과정은 어쩔 도리 없이 연결되어 있고 출산은 언제나 교미 9개월 후에 일어난다. 만약 새끼가 태어나기에 적합한 시간이 존재한다면 교미는 9달 전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 만약 교미 상대를 발견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있다면 그것이 출산 9달 전이 아니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진화상 한 가지 해결 방법은 정자를 저장하여 교미와 수정의 연속성을 끊는 것도 같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착상이 늦추어질 때 초기 배는 난관 벽에 붙게 될 때까지 자궁의 분비액에 떠 있는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발생을 늦추면 착상은 일어나지만 배 발상이 어느 한 단계에서 멈추게 된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에서 정자 저장은 단 며칠에 그치지 떄문에 대개의 종은 착상을 늦추어서 생식 과정들의 연속성을 해결하게 된다. 이렇나 방식에서는 암컷이 배 발생의 시기를 몇 주까지 늦추어서, 특별한 경우는 족제비처럼 10달까지도 늦추어서 교미 시기로부터 시간 간격이 생기게 한다. 포유동물에서 착상을 늦추는 방법을 사용하는 데 대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포유동물의 체온이 높아서 정자를 저장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또한 박쥐가 동면할 때 정자를 저장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의 체온은 포유동물보다도 더 높은데 정자를 몇 주일까지도 저장하므로 위의 설명 이상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자를 저장해서 얻는 다른 이득은 암컷이 정자를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미 즉시 수정이 링러나는 종에 있어서는 암컷은 그 수컷에게 자신의 난자를 피할 도리 없이 바쳐야 한다. 수정 전에 정자를 저장하는 컷은 자손을 위한 수컷을 선택적으로 바꿀 수 있다. 암컷은 한 수컷과 교미하여 정자 공급을 확실히 해둔 후 더 좋은 수컷이 오면 자손을 위해 그의 정자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수컷도 이 점에 대해서 상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계속적으로 강한 선택이 작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