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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닭의 짝짓기

 

생식 기관의 구조와 기능은 해부학자와 생리학자들에게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대상이었다. 언뜻 보기에 생식 기관의 기능은 관으로 된 통로를 이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즉 여러 가지 부분으로 되어 있는 통로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파악하면 의문점이 거의 모두 풀릴 수 있을 줄 알았다. 16세기에 생식 기관의 기본적 구조는 거의 알려진 상태였으며, 따라서 이와 관련된 생식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쉬워 보였다. 수컷의 경우 정관은 정소로부터 음경까지 정액을 운반하는 통로로 이해했고, 암컷의 난관은 한 쪽으로 정액을 운반하고 다른 쪽으로 난자와 태아를 운반하는 통로로 생각했다. 그러나 연구가 지속될수록 생식에 이용되는 수컷과 암컷의 생식관이 단순한 운반 통로 이상으로 훨씬 복잡한 것임이 밝혀졌다. 또한 종에 따라 생식 기관의 해부학적 구조도 차이가 많기 때문에 초기의 비교해부학자들은 이렇나 특성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 채 이를 진화적 유연 관계 규명에 이용하였다.

 

특정 생식 기관의 구조와 기능의 진화가 왜 이루어져 왔는가를 밝히려고 할 때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는 생식이 수컷과 암컷 사이의 협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자 경쟁의 형태로 나타나는 수컷 간의 경쟁과 상대를 이용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컷과 암컷 사이의 성적 갈등이 1970년대에 밝혀짐에 따라 생식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종간의 생식적 특성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종간의 생식적 특성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난자 생산자

 

체내 수정으로 생식이 이루어지는 동물의 암컷에서는 난소로부터 배란된 난자가 수정이 일어나는 난관의 특정 위치까지 이동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난관은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정자를 방출된 지점으로부터 난자가 도달할 위치까지 이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난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통로의 기능을 넘어서서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대부분의 곤충과 파충류 및 모든 조류와 같이 체외로 산란하는 동물들에게 난관은 난자가 이동하는 통로의 역할을 할 뿐이므로 발생은 암컷의 체외에서 이루어진다. 그너나 대부분의 포유류에서는 배 발생의 전과정이 특수하게 분화된 난관의 일부, 즉 자궁에서 진행되고 완료된다.

 

난자 형성, 수정, 산란 등에 대한 상세한 연구가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들은 생식에 관한 연구의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암탉의 난소는 몸의 동쪽 체벽 부위에 다양한 크기를 지닌 노란 포도알 같은 것들이 모여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의 포도알에 해당하는 것이 개개의 난자이며, 이것이 다 자라면 탁구공만해진다. 우리가 보통 달걀의 노른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난자이다. 달걀 껍질을 깼을 떄 노른자 위에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점 같은 것은 배반으로서 이 속에 암컷으로부터 유래하는 염색체가 응축되어 있는 자성전핵이 있다. 난소 옆에 위치하는 난관은 깔대기 모양의 난관 입구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외부로 통하는 출구를 갖춘 통로이다. 24시간을 주기로 난자가 한 번에 하나씩 난소로부터 빠져나와 입을 벌리고 있는 난관의 입구에 도달하고 이곳에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배란된 난자가 난관을 통과하는 동안 난관은 마치 뱀과 같이 맥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난자의 이동을 돕는다. 이 과정 중에 알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흰자가 난자에 첨가되고, 그 바깥쪽에 종이장과 같은 얇은 막이 씌워져 알껍질의 기초를 만든다. 알껍질의 완성은 난관 중 자궁에 해당하는 부위에서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 약 18시간이 소요되며, 이 시기가 지나면서 알은 언제든지 방출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난소로부터 배란된 지 약 24시간 뒤에 난자는 암탉의 질을 통과하여 밖으로 나온다.

 

난관을 통한 난자의 이동은 수정란의 여행기의 절반에 해당할 뿐이다. 난관을 통과한 정자의 여행이 나머지 반에 해당한다. 야생이거나 방목하는 닭의 경우 정자 주입은 수탉이 암탉의 벼슬을 다소 난폭하게 쪼면서 교밀를 할 때 일어난다. 이렇게 짧고 무드 없는 교미 과정에서 수탉은 암탉의 질에 약 1억 개의 정자를 사정한다. 그러나 암탉이 수컷으로부터 떨어져 몇 발짝을 옮기면서 암컷의 총배설강으로부터는 한 방울의 액체가 방출된다. 현미경으로 보면 놀랍게도 이 속에 약 8000만 마리의 정자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컷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명백한 낭비겠지만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가혹한 시련이 앞에 놓여 있다. 암탉의 질에 남겨진 정자는 곧 그들이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악조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자들은 필사적으로 움직여 질과 자궁의 경계에 위치한 안전한 장소인 저정소관에 도달하게 된다. 그 곳에는 약 14,000개의 소관이 있는데, 그 모습은 순대 모양이고 길이는 약 0.3mm 정도이다. 소관의 입구에는 마치 손가락으로 유학하는 듯한 수많은 섬모가 있어서 정자를 보다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일단 소관의 내부로 들어간 다음 정자들은 움직이지 않으나 3주 정도에 걸쳐 소관으로부터 난관으로 서서히 방출된 뒤 난관의 입구까지 이동하여 난자를 기다린다. 때마침 난자가 나타나면 정자는 난자를 향해 돌진한다. 이러한 상황은 정자가 마치 그 조그만 하얀 반점에 숨겨진 목표물인 자성전핵을 애타게 찾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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