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식&정보

유전적 표지와 부성 측정

지금까지는 수컷과 정자 경쟁에 관한 이야기만을 중점적으로 서술하였다. 그러나 정자 경쟁의 초기 과정에서 선택은 양쪽 성 모두에 작용하고, 또 진화학적으로 설명하면 각각의 성은 자신의 생식의 성공을 최대화하려는 쪽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능동적인 수컷과 수동적인 암컷 사이의 성적 경쟁은 대단히 큰 차이점이 있다. 수컷은 암컷을 향하여 싸워나간다. 수컷은 암컷에게 자기를 과시한다. 수컷은 암컷에게 정액을 제공하고 정자는 암컷의 난자와 수정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다. 대부분의 암컷은 여러 경쟁자 중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러한 관점은 1970년대에 주류를 이룬 것으로 1913년에 히프가 다음과 같이 제안함으로 시작된 것이다.

 

'수컷은 정자를 제공하고 암컷은 난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컷은 적극적이고 동적이다. 짝을 찾아다니는 에너지 소비자이다. 반면에 암컷은 수동적이고 정적이다. 짝을 기다리는 에너지 보존 자이다. 수컷에게 있어서 성적 행동은 순간적이고 그것은 암컷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생식에 관한 그러한 남성 중심적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여성의 선택에 대한 다윈의 천재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선택은 남성 주도적인 과정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성에 관한 오류는 편향된 성 의식과 생물학 지식의 무지에서 비롯되었고, 파커와 트리버스의 정자 경쟁 개념의 주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러나 파커는 적어도 남성 지향적인 생물학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남성이 가능한 많은 여성과 성교를 할수록 더 많은 후손을 갖게 되나 여성은 한 사람 이상과 성교를 갖는다고 하여도 후손의 수적 증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파커의 관점은 진화가 숫자 놀음이라는 관념에 기초하였고, 질보다 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선택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한 논쟁의 근거는 암컷은 단순히 복종적이어서 수동적이라는 관점에서 찾게 된다. 곤충을 재료로 정자 경쟁에 대한 첫번째 연구가 이루어졌고, 또 정자 경쟁에 관한 동기를 알아내기가 어려운 동물들에 대해서는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정자 경쟁을 관찰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조류에서는 암컷이 능동적으로 여러 마리의 수컷 짝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지식을 통해서 연구의 강조점에 주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만약 암컷들이 능동적으로 짝을 찾아 수컷과 교미한다면 서로 다른 수컷들의 정자도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정자 경쟁이 교미 전의 수컷끼리 경쟁하여 교미 후 상황까지 계속되는 것처럼, 정자 선택은 암컷의 교미 전 선택의 계속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 암컷이 서로 다른 수컷의 정자들 중에서 선택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성적인 싸움은 치열해질 것이다. 한쪽 성이 수컷이라고 치고, 암컷의 생식적 성을 억압한다면 선택은 바로 억압을 극복하기 위한 암컷의 적응을 선호할 것이다 결과는 성적 투쟁, 즉 성적 전쟁이 되고, 암컷과 수컷 사이에 점차적으로 적응과 반적응이 이루어질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정자 경쟁+정자 선택=성적 투쟁으로 표시할 수 있다.

 

여성의 관점에서 성선택의 개념을 포함한 행동생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속적인 여성운동의 확장과도 관계가 있다. 1984년에 스미스가 편집한 정자 경쟁에 관한 책에 사람의 정자 경쟁에 관한 장을 삽입함으로써 사람들의 끈질긴 거부 반응, 특히 수많은 여성주의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한다. 

 

여성주의의 견해를 인식하는 측면에서, 우리는 정자 경쟁이 성선택의 중요 부분으로 확인된 이후 30년 동안 기나긴 여정을 달려왔다. 어떤 여성주의자들은 아직 멀었다고 논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대다수의 행동생태학자들은 균형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네를 조망해 볼 때, 본질적인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몇 년 간의 연구 노력을 통한 정자 선택에 관한 관점은 별로 진전된 것이 없고, 정자 경쟁과 정자 선택 사이의 상호 작용은 아주 미묘하여 설명하는 데 여전히 많은 난점이 남아 있다.

 

아버지와 자식간의 닮은 정도, 이른바 유전적 표지는 혼외정사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공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연히 깃털 색깔의 차이와 같은 유전적 표지를 통해, 가금의 한배 새끼에 섞여 있는 부계를 찾아낼 수 있었다. 유전적 표지들로 물론 인간의 부계를 밝힐 수 도 있다. 예를 들면 붉은 머리털의 유전자는 열성이므로, 둘 다 붉은 머리털을 가진 부부는 정상적으로 붉은 머리털의 자손을 가진다. 따라서 흑발의 어린이가 태어났다면 그것은 어머니가 흑발의 남자와 혼외정사를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붉은 머리털의 부부가 흑발을 가진 아이와 붉은 머리털을 가진 두 아이를 낳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 남편이 흑발을 가진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남편이 붉은 머리털을 가진 아이의 유전적 아버지라고 자연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확신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이 아이가 붉은 머리털 유전자를 가진 다른 남자의 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그 집단 전체에 대한 붉은 머리털 유전자의 비에 의존한다. 즉, 그 비가 적을수록 그 붉은 머리 아이가 혼외정사의 결과로 태어났을 확률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만일 성적파트너의 쌍을 제한했을 경우 인간이 아닌 동물들에 있어서 부계를 정하기 위한 유전적 표지를 사용하는 것은 쉽다. 1920년대에 캔자스주 농과대학의 나부어스는 메뚜기를 가지고 실험하여, 정자 경쟁의 체계적인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암컷의 자손 생성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수컷들이 역할을 했는지를 보기 위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암컷 메뚜기가 여러 수컷과 빠르게 연달아 교미하는 것과 메뚜기의 체색이 다양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부계를 각각의 수컷과 연관시켰다. 나부어스는 실험을 통하여 수정란이 여러 수컷에서 기원할 수 있으나, 마지막으로 교미한 수컷이 대부분의 난자를 수정시킨 것을 알아내었다.

 

유전적 표지가 없는 동물 종에서는 부게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한 가지 해결 방법은 불임 수컷들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1939년에 누에나방의 연구에 처음 사용되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방사선을 수컷 몇 마리에 조사한다. 그 방사선은 누에의 정자를 어느 정도 손상시킨다. 적당량의 방사선을 조사하면 수정은 가능하나 정자의 염색체가 크게 손상되어 정상적인 발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만일 이 실험을 정확히 수행하면, 수정은 되자만 배아를 만드는 데는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불임 수컷'이라는 용어는 엄밀하게 말하면 틀린 말이다. 방사선에 조사된 수컷은 정상적으로 교미를 할 수 있고, 정자는 수정을 한다. 이 방법론의 핵심은 한 암컷을 정상적인 수컷과 방사선에 조사된 수컷을 함께 교미시키는 것이다. 발생의 과정을 거치는 알들은 정상의 수컷과 교미를 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방사능에 조사된 수컷에 의해 수정된 것이다. 비록 이 방법을 몇몇 학자들이 사용하였지만, 정자 경쟁의 연구에 사용한 것은 1970년대의 파커가 처음이었다. 그는 여러 곤충을 테스트한 결과 가장 늦게 교미한 곤충이 알의 대부분을 수정시킨다는 결론을 얻었다. 최종 수컷 정자 우위라고 명명된 순서 효과는 이미 사정을 받아들인 암컷일 지라도 또 다른 수컷들에게 상당히 잘 적응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식&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닭의 짝짓기  (0) 2020.04.26
부성의 방어 작용  (0) 2020.04.22
정자 경쟁에 대한 다윈의 생각  (0) 2020.04.19
정자 경쟁 이론 연구  (0) 2020.04.19
다윈의 성 선택설과 공작새  (0) 202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