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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유전자의 성적 경쟁

철새를 사냥하는 것은 지중해권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냥꾼들은 사냥을 그들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지중화 문화권에서는 남성으로서의 위상이 정말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사냥을 못하는 남자는 그 부인에게서도 남자로서의 신뢰를 얻지 못하였다.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남성이 그의 부인으로부터 신망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매년 한 마리의 말똥가리를 잡아와야 한다는 미신이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믿음은 너무 강하였고, 여성의 충성심을 이끌기 위한 의지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한 다음에도 많은 이탈리아 남성들은 아내에게 과시하기 위해 말똥가리 사냥ㅇ르 위해 고향에 다녀오곤 했다.

이러한 의식을 위해 남편들이 부인을 집에 두고 떠나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욱이 어떤 경우에는 집을 비우도록 부추기는 사람이 바로 그 부인이었다. 남성이 자기 자신의 자손을 가져야 한다는 본능은 우리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다. 여성이 항상 충절을 지킨다면 남성은 걱정이 없겠으나, 실제로 여성들이 그렇지많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건전한 대부분의 가정인 경우 모든 자녀는 한 남편의 후손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동물의 경우 여러 수컷의 정자가 한 암컷의 난자와 수정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경쟁한다. 이것이 정자의 경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러한 전쟁이 펼쳐지는 수란관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는 이것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그리고 이것은 수컷에게는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정이 이렁나느 순간에 어떻게, 그리고 왜 두 수컷의 정자가 암컷의 난자 근처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관한 수수께끼를 이번 글에서 파헤쳐 본다.

부정한 아내를 가진 남편의 위험, 부정을 저지르게끔 하는 충동, 그리고 생식의 필요성은 판도라 상자로서 그 모두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정자들의 경쟁은 편형동물에서 가자미까지 그리고 꿀벌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전 동물곙서 폭넓게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동물학자들은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동물 세계를 보는 견해가 바뀌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진화의 소산에 의한 정자 경쟁의 존재가 지금까지 설명할 수 없었던 일부 생명 현상의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 설득력의 파장이 너무나 커서 생물학자들은 정자 경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의아해 할 정도이다.

예수가 탄생하기 수 세기 이전에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선배 학자들도 정자 경쟁의 존재를 깨닫고 있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암캐가 발정기동안에 두마리의 개와 교미를 하면 각 수캐의 새끼들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이렇나 관찰은 헤라클레스와 이피클레스의 이야기, 즉 암피트리온이 아르크메네와 결혼하기 전날 밤에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으로 변장하고 그녀와 동침했다는 신화의 기초를 제공하였을 것이다. 다음날 밤 암피트리온은 신방을 차렸고 그 결과 아르크메네는 암피트리온이 아버지인 이피클레스와 제우스가 아버지인 헤라클레스의 쌍둥이를 낳았다.

그리스인들은 다중 부성을 알았고 남성으로부터 여성으로의 정자 전달이 생식의 일부임을 깨달았지만, 그들은 사정이 단지 남성이 새로운 생명에게 정신을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배 속의 태아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은 임신부의 지상 명령인 것이다. 생길 수 있는 일부 혼란은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지식의 불균형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전쟁으로 인해 의사가 해부할 수 있는 남자의 시체는 충분하였으나, 여자의 해부는 금지외어 있었기 때문에 남자의 생식기는 잘 알려져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마도 남자의 비뇨생식기를 정확하게 묘사한 첫번쨰의 사람이었으나 여성에 대한 그의 해부학적 지식은 매우 빈약하였다. 여성의 생식기가 바르게 묘사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지 400여년이 지나서였으며, 지금까지도 우리는 음핵과 같은 여성 생식기의 각 부분의 기능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성의 난소로부터 정액을 생산하고, 사람의 난자는 월경 혈액과 여성의 정액이 상호 작용하여 자궁에서 생산된다고 생각하였다. 약 400여년 후에 검투사에서 유명한 내과 의사로 변신한 갈렌은 여성 난소가 정액을 만들며, 이것이 자궁에서 남성의 정액과 혼합되어 나중에 배가 되는 코아굴름을 형성한다고 제안했다. 수정에 관한 완벽한 개념이 정립되기까지는 수세기가 지나야 했지만, 근본적인 개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식 행동과 해부에 대하여 광범위하고 상세하게 기술하였지만, 그의 명성은 상당 기간 흔들렸다. 1984년 메다워 부부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방만한 사실을 조심스럽게 수집하고 관찰한 사람이었지만 과학자는 아니었다고 기술하였다. 그 내용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그의 생물학적 업적들은 이상하며, 일반적으로 풍문에 근거했거나 완벽하지 못한 관찰, 공상하던 생각, 아주 속기 쉬운 주장이 뒤섞인 것이며. 물론 경우에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옳다. 그의 저술은 너무 방대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조차도 힘들었다. 마치 원숭이가 타자기를 쳐댄 것과 같다."

메다워 부부가 받은 인상과는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정자 경쟁을 포함하여 상당히 많은 부분에 대하여 옳았다. 그는 교미 시간과 수정 과정을 알아보기 위하여 닭을 대상으로 성교 과정과 난자 형성에 대하여 많은 관찰을 하였다. 특히 한 암탉이 2마리의 수탉과 교미를 한 후 태어난 새끼들이 일반적으로 두번째 교미한 수컷을 닮는다는것에 주목하였다. 이 단순한 관찰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자 경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명쾌히 언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하는 표지 유전자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닭의 부계를 확인하였으며, 현재 우리가 최종 수컷 정자 우위라고 일컫는 현상이 나타남을 발젼할 수 있었다.

메다워 부부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마구 몰아쳐 댄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현재 리버풀대학교에 있는 던바 교수가 멋지게 표현하였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가 직접 관찰할 수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옳았으며, 그렇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종종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다. 뒤에 알 수 있겠지만 가금류에 있어서 최종 수컷 정자 우위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는 올바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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