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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사마귀의 교미

 성의 대가로 물질을 제공한다는 개념은 잘 알려져 있다. 사람의 경우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동물에서도 물질적 대가를 얻기 위해 성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암컷이 수정하기 위해서 필요 이상으로 자주 성 행위를 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암컷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 위해서 추가적인 먹이가 필요하다. 대부분 수컷도 기꺼이 암컷을 얻기 위해서 먹이를 제공하며 수컷 행세를 하려고 한다. 수컷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암컷이 수컷의 정자를 받아들이도록 정자와 먹이를 결부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예는 여러 곤충에서 발견되었는데, 고눙에서는 정액 안에 영양분이 용해되어 있거나 정자가 모여 있는 곳에 영양분이 함께 들어 있다.

 대부분의 귀뚜라미와 메뚜기의 교미는 수컷이 정포를 암컷의 밖에 나와 있는 생식기에다 갖다 대는 것을 의미한다. 암컷의 저정낭 속으로 정자가 흘러가는 동안 암컷은 몸을 둥글게 구부리고 단백질 성분의 정포 껍데기를 먹는다. 어떤 귀뚜라미의 정포의 영양분이 있는 부분은 매우 거대해서, 수컷 몸무게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방사선 표지 물질을 이용하여 정포에 있었던 영양분의 이동을 추적해 보면, 정포의 영양분이 암컷의 알을 만드는 데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암컷의 교미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정포의 영양분을 많이 섭취함으로써 번식률이 더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어떤 메뚜기는 극단적인 경우인데 수컷이 정포에 영양분을 채우는 데 일주일이나 걸린다. 그 동안 수컷은 어떤 암컷에게 정포를 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가장 크고 가장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암컷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 사실은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경우와 달리 암컷이 수컷을 얻기 위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컷은 필요 이상의 정자를 분해할 능력이 있으므로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미하기도 한다. 수컷이 암컷에게 수정에 필요한 양보다 많은 정액을 사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암컷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필요한 정액을 방출하기보다는 정액 속의 영양분을 이용한다는 의미가 있다. 편형동물은 하등동물이지만 정자를 소화하는 능력만은 탁월하다. 여러 다른 자웅 동체 동물처럼 편형동물은 교미하는 동안 서로 정자를 교환한다.

 그러나 이것은 착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모험일 수도 있다. 한 편형동물이 짝으로부터 정자를 받은 이후에 자신의 정자는 내주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 개체가 정자를 기증받으면 그 개체는 원하는 대로 그 정자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편형동물들은 성 행위를 공짜 먹이에 대한 대가로 여긴다. 왜냐하면 먹이가 부족한 편형동물에게 짝의 정자를 이요한는 것은 좋은 책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자를 제공하는 편형돔룽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어떤 편형동물은 소화되지 않는 정포로 정자를 제공하거나, 정자를 받는 편형돔루의 소화 효소를 무력화시키는 물질을 정액에 포함시켜 상대방이 정자를 먹이로 이용하는 것을 방해한다.

 곤충에서 교미에 대가를 치르는 일은 꽤 일반화된 현상이다. 몇몇 종들은 영양분이 있는 타액 또는 암컷들이 먹을 수 있는 다른 귀중한 물질을 생산하는 분비선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종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심한 예도 있다. 귀뚜라미의 경우 수컷들은 암컷과 교미하는 동안 살점이 있는 특별한 뒷날개를 암컷에게 먹도록 제공한다. 수컷이 암컷에게 제공할 수 있는 궁극적인 선물은 그 자신이다. 성 행위 때 상대를 잡아먹는 일도 발생하는데 거미와 사마귀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사마귀 수컷의 불쌍한 처지를 1890년 파브르는 이렇게 묘사하였다. "불쌍한 그대가 연인의 난자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배우자로서 사랑을 받는 동시에 맛있는 사냥감의 한 조각으로서도 사랑을 받는다." 그 후 성 행위 때 이성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커다란 의문을 불러일으켰는데, 왜냐하면 이 가은 형태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파브르가 그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했던 것도 실은 먹이로 사로잡힌 상태의 사마귀를 잘못 관찰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성 행위 때 상대방을 잡아먹는 행동에 대해 반드시 그럴 수 밖에 없는 합당한 설명을 제시한다. 첫째, 종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개체라는 것이다. 둘째, 비록 성 행위 때 상대를 잡아먹는 행동이 암컷에게 이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컷은 그들 자신을 실제로 희생시키려 하지 않는다.

 쉐필드대학교의 로렌스는 위와 같은 생각을 지닌 채 사마귀의 야생에서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서 포르투갈의 코임브라로 떠났다. 그녀는 모든 수컷의 3분의 1은 교미 후 암컷에 의해 잡아 먹힌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녀는 또한 수컷들은 자신을 희생시키기는커녕 암컷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것은 자연 상태에서 교미 순서를 지켜봄으로써 아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탈피한 후 약 2주일 후부터 사마귀 암컷은 교미할 준비를 한다. 암컷은 페로몬을 방출함으로써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수컷은 이 냄새를 좇아 암컷이 있는 곳까지 바람을 거슬러 날아온다. 수컷은 암컷 옆에 바짝 붙으며 내려앉지는 않는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흔히 수컷은 암컷으로부터 30~40cm 떨어져 앉는다. 암수 둘 다 큰 눈과 뛰어난 시각을 갖고 있어서 수컷은 암컷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다음 수컷은 암컷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살그머니 다가간다. 이때 수컷의 행동은 주목할 만하다. 만약 암컷이 자신이 오는 방향을 쳐다보면 수컷은 꼼짝하지 않는다. 암컷이 다시 고개를 돌리면 수컷은 앞쪽으로 이동한다. 만약에 바람이 살짝 불면, 수컷은 흔들리는 식물의 움직임을 이용해 전진을 위장하며 앞쪽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일단 수컷이 암컷으로부터 10~20cm 이내 접근하면 수컷은 기다린다. 수컷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암컷이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능숙한 움직임으로 암컷의 등에 단번에 올라탄다. 만약 수컷이 이것을 잘 해내면 수컷은 안전하다. 하지만 수컷이 암컷에게 올라타는 시간을 잘못 판단하면 수컷은 암컷의 앞발에 잡혀 죽게 된다. 자, 수컷이 제대로 올라탔다고 가정해 보자. 암컷을 움켜잡고 암컷의 등을 따라 엎드려 복부를 구부리면서 교미를 한다. 약 2시간 동안에 걸친 교미가 끝난 후 재빨리 암컷의 등에서 점프를 하거나 날아간다. 처음에 수컷이 암컷의 등에 올라탄 것처럼 대부분의 경우 수컷은 교미 후 암컷으로부터 멀리 날아서 도망간다. 수컷은 스스로 저녁 식사감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수컷이 방향을 잘못 잡아 암컷에게 붙잡히는 두번째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암컷은 수컷을 곧장 먹어치우기 시작하는데,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는 수컷을 잡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만약에 암컷이 수컷의 머리를 먹어치운다면, 암컷은 수컷의 성 행위를 통제하는 신경 조직을 먹어치우는 셈이 된다. 신경을 잃음으로써 수컷은 성 행위에 대한 모든 통제력을 상실한 채 수컷의 교미 기관은 암컷의 교미기관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게 된다. 머리를 잃고 나서라도 교미가 성공되면 수컷은 정자를 암ㅋ서에게 주입시킬 수 있다. 수컷이 암컷의 먹이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수컷은 생식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며, 암컷에게 씨를 뿌리는 좋은 기회를 갖는 것이다. 반면 암컷은 대부분 언제나 수컷을 먹이로 원하는데, 그것은 수컷이 암컷에게 더 많은 새끼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먹이감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수컷이 먹힌다 하더라도 그 암컷이 다른 수컷의 씨를 받지만 않는다면 수컷은 암컷에게 알을 수정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암컷은 여러 수컷과 교미할 수 있다. 따라서 암컷에게 먹힌 수컷의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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