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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교미 빈도

 

 외헤브리디스 제도의 외딴섬 킬다에서 어느 동물학자가 암컷 소이영양을 5시간 따라다니면서 관찰한 결과 그 시간 동안 암컷은 7마리의 숫양과 163회나 교미하였다. 미국 남부에 사는 침개미의 처녀 여왕은 일생을 통해 다 한 번만 교미한다. 이런 것은 단지 양과 개미 사이의 차이만이 아니고 포유류나 곤충에서도 교미 횟수는 종에 따라 다양하다. 침팬지 암컷은 발정기에 매일 여러 번 교미하는 저에서 소이영양과 비슷하나 고릴라 암컷은 한두 차례 교미할 뿐이다. 곤충 중에서도 반복하여 교미를 뿐이다. 생식 생물학자들이 생식 기작의 연구에 사로잡혀 종간의 교미 빈도에 그와 같이 많은 변이가 왜 존재하는지를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이한 역설이며, 이러한 변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생식을 진화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자의 몫이 되었다.

 교미 빈도에 대한 의문에 연관된 두 가지 쟁점이 있는데 그것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상대와 교미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침재미처럼 암컷이 한 번만 교미를 한다면 정자 경쟁이나 정자 선택 등과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암컷이 수십 차례 교미를 하더라도 항상 같은 상대와 한다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드물고 대부분 종의 암컷은 여러 차례 교미를 하더라도 항상 같은 상대와 한다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드물고 대부분 종의 암컷은 여러 차례 교미를 하며 자주 다른 상대와 교미를 한다. 이것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상대와 하느냐는 의문들이 뒤엉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교미 빈도에 대한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체들이 얼마나 자주 교미를 하느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것이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고 곤충이나 조류 등과 같이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종들에서만 가능하다. 포유류의 교미 빈도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많은 종들이 야행성이라는 사실로 인해 왜곡되거나 분명치 않다. 소이영양, 일부 영장류 및 바다표범과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교미를 하는 주행성 종에 대한 정보만 알고 있는 실정이다.

 곤충으로부터 출발해보면, 1980년대 후반에 당시 옥스퍼드대학교에 있었던 리들리 교수는 곤충의 교미 빈도에 관한 모든 논문을 조사하였다. 상세한 연구가 이루어진 47종 중에서 적어도 39종(83%)의 암컷은 일반적으로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교미를 한다. 곤충은 짝에 대한 결속력이 없다는 사실과 곤충의 생활 양식을 보면 대부분 암컷이 복수의 상대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조류는 반복된 교미로 오랜 기간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느 점에서 사람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조류는 사회적으로 1부 1처이며 1부 다처의 경우에서도 암컷은 종종 한 마리의 수컷과만 관계를 유지한다. 위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보아 조류가 하나의 짝과 여러 차례 교미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제2장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대부분의 조류가 1부 1처라는 것은 착각이다. 조류에서는 다른 짝과의 교미와 혼외 부성이 만연되어 있다. 반복된 교미를 함으로써 암컷이 다른 짝과 교미하는 기회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들 간에 있는 교미 빈도의 변이가 정자 경쟁의 가능성과 부분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 극단적인 예로 종달새와 같은 일부 종은 알을 품기 위해 한두 번만 교미하나, 다른 극단의 경우인 참매 및 맹금류들은 알을 낳기 위해 500~600회 교미를 한다. 조류에서 대체로 이러한 변이는 수컷이 암컷을 보호하는지 여부와 일치한다. 수컷이 수정한 짝을 가까이 따라다니면서 보호하는 종들에서는 이들 사이의 교미가 드문 경향이 있고 생태학적인 이유로 수컷이 보호해 주지 못하는 종들에서는 교미 빈도가 훨씬 높다.

 조류에서 교미 빈도가 정자 경쟁의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가장 신빙성 있는 증거난 1부 1처 및 1처 다부 교미 시스템의 비교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위종다리와 자카나와 같이 한 마리의 암컷이 몇 마리의 수컷 짝을 갖고 있는 경우 암컷의 교미 빈도가 항상 매우 높은데 그 이유는 이와 같은 1처 다부계의 구성원 사이에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을 위한 수컷 사이의 경쟁이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바위종다리의 경우 정자 경쟁의 강도는 두 가지 색다른 행동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데이비스 교수가 밝혔다. 첫 번째는 암컷이 날개를 펄럭이며 꼬리를 올려서 붉은 총배설강을 노출하면서 가만히 서 있는 등의 오래 지속되는 교미 전 과시 행동이다. 수컷은 흥분한 상태에서 깡충깡충 뛰고 암컷의 총배설강을 쪼면서 암컷을 자극하여 이미 교미한 수컷의 정액을 한 방울 떨어뜨리도록 한다. 수컷이 이것을 보면 암컷에 달려들어서 우리가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암컷에 접근해서 교미를 한다.

 정자 경쟁에 대한 두번째 적응은 교미 횟수이다. 암컷 바위종다리는 종종 두 마리의 수컷 상대를 갖고 있으나 때로는 1부 1 처제로 번식한다. 이와 같이 다른 환경에서 암컷이 교미하는 횟수의 차이는 교미의 빈도와 정자 경쟁의 관련성에 대한 가장 확신을 주는 증거가 된다. 1처 다부의 암컷은 일반적으로 한 번 산란하는 데 두 마리의 상대와 250회 이상 교미를 하는 반면, 1부 1처의 암컷들은 50회만 교미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모리스 목사는 1850년대의 기록에서 바위종다리가 정숙한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고 교구민을 격려하여 바위종다리의 생활양식을 따르도록 설교하였다. 성직자로서의 모리스는 격력 한 다윈주의 반대자였으며 '종의 기원'을 그가 읽어본 책 중 가장 설득력이 없고 비합리적인 책이라고 혹평하였다.

 조류에서 교미 빈도 변이는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는 수컷이 암컷에게 교미를 해야 할 때를 알린다고 생각하였으나 교미를 통제하는 것은 수컷이 아니라 암컷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수컷이 교미를 개시할지는 몰라도 암컷이 일반적으로 계속할지 거부할지를 결정한다. 그 다음 의문은 만약 알 전부가 수정되기 위해 수차례의 교미만으로 충분하다면 암컷은 왜 수컷의 요구에 응하고 그렇게 자주 교미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완전히 납득이 가지는 않지만 그 유일한 답은 상대 수컷이 자신이 낳는 자식의 아버지가 되어 새끼를 기르는 데 도울지를 확신하는 것이 암컷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반복된 교미는 조류 암컷이 수컷의 도움을 보장받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그러나 다른 암컷들은 자신을 돌보아주는 상대와 동시에 혼외 수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보장받도록 노력할 것이다. 암컷은 이와 같이 어려운 절충안을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얻는다. 그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짝과 자주 교미를 하는데 한 번 알을 낳기 시작하면 모든 교미를 거부한다. 알을 낳기 전날 알이 이미 수정되기 때문에 알을 낳는 동안 다른 상대와의 교미는 미성숙 난자를 수정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시기에 기존의 수컷과 교미를 거부하고 새로운 적절한 짝과의 교미를 받아들임으로써 암컷은 새끼의 부계를 상당히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포유류의 사회 및 교미 시스템이 조류의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교미 행동 또한 다르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주된 차이점은 대부분의 포유류의 수컷으 일부다처이며 새끼를 거의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우위의 수컷이 번식기 동안 많은 암컷과 교미하고 암컷은 보통 한 번 또는 몇 차례 교미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북부 지방의 코끼리물범은 캘리포니아 해변에 모이는 데 수컷은 암컷 무리의 지배자로 암컷보다 무려 7배나 무겁고 모든 암컷을 독차지한다. 우위의 수컷은 10주의 번식기 동안에 30마리 이상의 암컷을, 2~3년간 동안 100마리 이상의 암컷을 수태시키지만 무리에 있는 대부분의 하위 수컷은 전혀 교미를 하지 못한다. 반면에 각 암컷은 보통 매년 딱 한 번만 교미한다. 암컷은 새끼를 낳은 후 약 28일이 지나면 발정기에 이르고 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발정기는 2~3일만 지속된다. 정액 주입 후 곧 수정이 일어나지만 수정란의 착상은 약 3개월 지연되어 암컷이 11개월 후 다시 육지로 되돌아올 때 새끼를 낳게 된다.

 생물학자들은 단지 포유류 종의 3%만이 사회적으로 1부1처 교미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메릴랜드대학교의 카터 교수와 그 동료들은 1부 1처의 생리학적 상관관계를 연구하였다. 땅굴쥐의 교미 시스템은 일부 조류나 사람과 비슷하여 가끔 혼외의 교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짝 간의 결속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것은 잦은 교미를 통하여 정립되는 것으로 보인다. 암컷의 첫 발정기에 암컷과 그 상대는 일반적으로 40시간 동안 여러 번 교미를 한다. 발정기 시작 후 약 12시간 후에 배란과 수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미는 수정과는 무관하다. 다음번 번식 주기에서는 교미 가능 기간이 보다 짧아지기 때문에 처음의 긴 교미 가능 기간은 결속을 확립하는 데 기여함을 시사한다. 1부 1처의 결속이 없는 설치류는 교미 가능 기간이 짧다는 사실이 교미가 땅굴쥐의 결속 확립에 기여한다는 개념과 일치한다. 이러한 연구의 실마리는 모성애를 이해함으로써 나왔다. 어머니와 자식 간의 인연은 암컷이 새끼를 낳으려고 하거나 어린 새끼에 젖을 먹이고 있을 때 분비되어 뇌에 작용하여 모성애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에 의해 촉진된다. 그러나 교미뿐 아니라 수컷과의 신체적 접촉도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교미를 자주 하면 옥시토신이 급상승하게 되고 이것은 수컷과 암컷 사이의 가까운 관계를 굳히는 데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포유류 중에는 교미가 전체 사회를 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장류 특히 보노보이다. 피그미침팬지로도 알려진 보노보는 잦고 난잡한 교미와 수컷 암컷 간의 성 행동으로 유명하다. 각 성의 보노보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수십 차례 교미한다. 그러나 특정 상대와의 관계를 굳히기 위하여 교미를 한다기보다는 무리의 모든 구성원과의 사회적 유대를 유지한느 데 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노보 사회에서 성은 호전성 활동으로 풀어나간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다른 영장류에서는 없고 왜 보노보에서만 진화하였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아직까지는 보노보의 부성 연구를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교미의 빈도가 매우 높아 정자 경쟁이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교미의 대부분이 생식보다는 사회적 관계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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