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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1처 다부제의 장점

 

 암컷이 다수의 수컷과 교미함으로써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다는 생각은 역사적으로 확고하게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거의 초창기부터 성선택에 관심이 있었던 여성 옹호 주의자들은 남성 편향적인 견해에 몹시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최근까지만 하여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과학에서 논리적으로 단계를 밟아 흘러가는 영역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암컷은 한 배우자를 선택한다고 주장한 다윈 때문에 처음부터 발을 잘못 디뎌 놓았던 것이다. 심지어 수백 년 후에 트리버스가 성적 선택에서 정자 경쟁이 중요하다는 진보된 생각을 제안하였을 때도 암컷들은 아직도 동물학자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아이러니한 점이 있고, 예측해 볼 수 있는 점도 있다. 트리버스의 명석한 통찰력은 성적 선택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행동생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게 되었다. 다윈의 발자취를 열심히 쫓아감으로써 트리버스가 결국 남성 중심적인 견해를 얻게 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며, 거의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리버스의 아이디어는 많은 영향을 미쳐서 10년 이상 성선택과 정자간의 경쟁에 대하여 남성의 편견을 지속시켰다.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정자 경쟁에 대한 짧은 연구 역사를 통해 얻은 기본적인 가정은 수컷이 여러 암컷과 교미를 함으로써 많은 것을 얻지만, 암컷은 얻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초파리에 관한 베이트만의 초기 실험을 트리버스가 해석한 것, 즉 적극적인 수컷과 순종적인 암컷 사이의 교배에 근거를 둔다. 그러나 베이트만의 일부 실험에서는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미를 함으로써 얻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널리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그는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하는 것이 새로운 정자를 공급해 주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연히도 베이트만이 실시한 실험 중 반만이 이러한 효과를 보여 주었으며, 트리버스가 다른 반쪽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었다. 베이트만이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결과를 얻은 것은 그가 이용하였던 초파리 조과 실험 디자인의 차이 때문이었다.

베이트만은 당시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했던 초피리의 일종인 검은배초파리를 이용하였다. 수컷 초피라는 이들이 만나는 어떤 암컷과도 교미할 준비가 되어 있다. 처녀 초파리 암컷은 정자를 제공받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미에 민감하지만, 교미 후에는 매우 둔감해진다. 이에 대한 부분적인 이유로는 수컷이 사정을 할 때 성욕을 억제하는 물질을 정액 속에 같이 내보내기 때문인데 이 효과는 길지 않다. 일반적으로 초파리 수컷은 정자 수가 감소할 때 다시 교미한다. 이것은 하나의 핵심적인 포인트다. 한 번의 교미를 통해 암컷의 배가 튀어나올 저도로 충분한 정자를 제공해 줌으로써 약 4일 간 알을 수정시킬 수 있다. 그 후에 암컷이 정자를 특별히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어떤 알은 수정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처음 교미를 한 뒤 4일 후에는 다시 교미할 준비가 되어 있다. 베이트만의 실험이 단지 3~4일 간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가 실험에 이용하였던 암컷 중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가 다시 교미를 하였다. 실험 후에는 이러한 초파리를 먹이가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배양하였다. 베이트만은 결국 암컷에게서 다시 생길 수 있었던 교미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지 못함으로써 그의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초파리 중에는 암컷이 적은 수의 정자를 저장함으로써 한 번 저장에 4~5일까지 정자를 쓸 수 있었던 초파리와는 달리 훨씬 자주 교미를 하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에는 교미 후 2~3시간 만에 다시 교미를 하는 것이었다. 만약 베이트만이 3~4일에 한 번보다 더 빈번하게 교미하는 종을 선택하였다면, 트리버스는 성적으로 왕성한 수컷과 교미를 꺼려하는 암컷에 대하여 그의 예상에 맞지 않는 결과들을 무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트리버스만이 이러한 견해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약간 다른 방향에서 성적 선택에 대하여 접근함으로써 파커는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수컷이 더 많은 암컷과 더 많은 교미를 함으로써 더 많은 자손을 얻을 수 있으며, 최상의 암컷은 더 많은 파트너와 교미를 함으로써 좀더 우수한 자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파커는 양이 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척추동물에서 정자 경쟁을 연구하는 동물학자들에게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것은 미국의 매사추세츠에 있는 마운트홀요크대학의 스미스 교수가 1988년에 발표한 논문이었다. 박새류의 일종인 검은머리박새를 1년 동안 관찰하면서 그녀는 한 마리의 암컷이 13번 교미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 중에서 9번은 자기 짝이 아닌 다른 수컷 지역에서 교미가 이루어졌으며, 이것은 암컷이 수컷을 찾아갔다는 것을 강력하게 제시해 준다. 뿐만 아니라 모든 혼외 커플이 교미하는 것을 보면 암컷이 지난 겨울에 교미했던 파트너보다 더 강한 수컷과 교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컷은 혼외교미를 위해 좀 더 나은 장소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스미스의 연구는 암컷이 짝외 교미로부터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좀더 확신을 준 것은 사회적으로 1부1처제인 푸른박새에 대한 벨기에의 행동생태학자들의 연구였다. ‘네이처에 발표한 노문에서 짝외 교미와 짝외 부성은 모든 암컷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 논문의 주요 저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안트워프대학교의 켐페너는 발정기의 암컷 푸른박새를 관찰하였다. 그는 암컷이 짝외 교미를 싫어하거나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능동적으로 짝외 교미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고이어 다른 사람들도 암컷이 교미 상대의 수를 조절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암컷이 교미 상대로 한 마리 이상의 수컷을 찾는다는 것이 알려지자 다음 두 가지 점이 관심을 끌게 되었다. 첫째, 암컷이 혼음으로부터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 강력하게 제시되었고, 둘째, 혼음을 통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는다면 암컷의 교미 상대 선택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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